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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실제로 굴려본 업무도구·업무 자동화 기록

아무도 안 읽던 아침 브리핑을 1분짜리로 다시 짠 기록

읽는 시간 약 10분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텔레그램에 브리핑이 한 장 도착합니다. 오늘 발행 예정인 블로그 글, 매장 재고 중 기준 이하로 떨어진 품목, 밤사이 자동 작업 결과, 오늘 만기인 세금계산서와 결제 일정이 순서대로 적힌 메시지입니다. 크론이 7시 25분에 돌면서 여섯 군데 자료를 긁어 모아 만듭니다.

이 브리핑을 처음 만든 것은 다섯 달 전이고, 첫 두 달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열어서 스크롤만 내렸습니다. 메시지가 길어서 화면 세 장을 넘겼고, 그 안에서 오늘 제가 뭘 해야 하는지가 안 보였습니다. 만든 사람이 안 읽는 보고서를 두 달 보내고 나서야 구조를 다시 짰고, 지금은 아침 출근길에 1분 안에 읽고 끝나는 물건이 됐습니다. 그 사이의 기록입니다.

처음에 만든 이유

네 개 법인 일을 같이 보다 보면 아침에 열어봐야 할 곳이 많습니다. 워드프레스 예약 발행 목록, 매장 재고 시트, 서버 작업 로그, 경리 프로그램의 결제 예정 일정, 거래처 메일함, 그리고 제 개인 일정입니다. 출근해서 이걸 하나씩 열어보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고, 급한 날은 절반쯤 건너뛰었습니다. 건너뛴 날에 재고 부족을 늦게 알거나 예약 발행이 빠진 걸 오후에 발견하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섯 군데를 한 번에 훑어서 한 장으로 만들어주는 걸 만들기로 했습니다. 각 자료는 이미 API나 파일로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에, 파이썬 스크립트 하나가 새벽에 돌면서 전부 읽어 텔레그램으로 보내는 구조는 이틀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정보를 모으는 기술적인 부분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첫 두 달: 아는 것을 전부 적은 브리핑

첫 버전 브리핑의 구성은 이랬습니다.

  • 발행 예정 글 전체 목록, 제목과 시간, 카테고리
  • 재고 시트 전체 품목의 현재 수량과 기준 수량
  • 밤사이 돌아간 작업 열한 개의 각 결과와 소요 시간
  • 이번 주 결제 예정 전체와 금액
  • 어제 들어온 거래처 메일 제목 목록
  • 오늘과 내일 일정

한 번에 다 보이니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첫 며칠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이 메시지의 길이가 평균 2,800자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휴대폰 화면으로 세 장 반입니다. 재고 품목 40여 개가 매일 전부 나열되고, 그중 기준 아래인 것은 하루 두세 개인데 나머지 서른일곱 개가 그 두세 개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3주째부터 스크롤을 내리다 중간에 멈추는 날이 생겼습니다. 5주째에는 열어보고 바로 닫는 날이 절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째 되던 주에 브리핑에 “간장 재고 기준 이하”가 4일 연속 적혀 있었는데 제가 그걸 못 봤고, 매장에서 급하게 사다 쓰는 일이 있었습니다. 브리핑은 매일 정확히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 읽었을 뿐입니다.

첫 두 달 브리핑의 길이와 바뀐 줄 수를 숫자로 정리한 도해

왜 안 읽게 됐는지 따져본 것

그 주에 두 달치 브리핑을 다시 열어보며 세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확인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60일치 메시지를 텍스트로 뽑아서 날마다 어느 줄이 전날과 달라졌는지를 표시해봤습니다. 2,800자 중 전날과 다른 줄은 평균 여덟 줄이었고, 나머지는 전날 것을 그대로 복사해도 될 내용이었습니다.

첫째, 브리핑의 대부분이 변하지 않는 정보였습니다. 재고 40개 품목 중 매일 상태가 바뀌는 건 서너 개고, 작업 열한 개 중 실패는 한 달에 한두 번입니다. 매일 같은 내용이 같은 자리에 있으면 눈이 그 부분을 건너뛰도록 학습합니다. 그리고 건너뛰는 습관은 바뀐 날에도 그대로 작동했습니다.

둘째, 순서가 자료의 출처 순서였습니다. 스크립트가 워드프레스를 먼저 읽고 재고를 두 번째로 읽으니 브리핑도 그 순서였습니다. 제가 아침에 판단해야 하는 것의 중요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순서였습니다.

셋째, 브리핑이 사실만 적고 판단을 안 적었습니다. “간장 잔여 3, 기준 5″라고 적히면 제가 이걸 읽고 발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 판단은 스크립트가 이미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사람에게 넘기고 있었습니다.

다시 짠 구조

두 달째 주말에 브리핑을 다시 짰습니다. 정보를 모으는 코드는 거의 그대로 두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얼마나 보여줄지를 정하는 부분만 새로 썼습니다. 원칙은 하나였습니다. 오늘 제가 손을 대야 하는 것만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한 줄로 접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브리핑은 세 층으로 구성됩니다.

  • 첫 층은 오늘 해야 할 행동입니다. “간장 발주 필요(잔여 3일치)”, “매출 집계 실패, 재실행 필요”, “예약 발행 2건 중 1건 이미지 누락”처럼 행동이 붙은 문장만 옵니다. 없는 날은 “오늘 필요한 조치 없음” 한 줄입니다.
  • 둘째 층은 오늘 일정입니다. 결제 예정, 발행 예정, 미팅을 시간순으로 넣되 다섯 줄을 넘지 않게 잘랐습니다.
  • 셋째 층은 정상 확인 요약입니다. “작업 11/11 정상, 재고 이상 1건, 신규 메일 6건”처럼 숫자만 한 줄로 옵니다. 상세가 궁금하면 각 시스템을 열어보면 되니 브리핑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항목첫 두 달지금
평균 길이약 2,800자약 350자
정렬 기준자료 출처 순서오늘 행동이 필요한 순서
재고 표시전 품목 40여 개기준 이하만, 발주 판단 포함
정상 작업각각 한 줄숫자 하나로 요약
읽는 시간안 읽음1분 안쪽

길이가 8분의 1로 줄었는데, 정보가 줄었다기보다 판단이 브리핑 안으로 들어간 것에 가깝습니다. “잔여 3, 기준 5″를 “발주 필요, 3일치”로 바꾸는 데는 재고 품목마다 하루 소비량을 시트에 한 칸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게 이번 개편에서 가장 손이 간 부분이었습니다. 매장 직원과 품목 40개의 소비량을 함께 정하는 데 반나절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리핑보다 이 시트가 더 오래 쓰일 자산이 됐습니다.

브리핑 길이가 약 2,800자에서 약 350자로 줄어든 것을 보여주는 도해

바꾸고 나서

개편 뒤 석 달 동안 브리핑을 안 읽은 날이 없습니다. 짧으니까 읽는 게 아니라, 첫 줄에 오늘 할 일이 있는지 없는지가 바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치 없음”이면 그날은 거기서 끝이고, 있으면 그 줄만 보면 됩니다.

첫 층에 뜬 조치 건수를 세어보니 석 달에 스물여섯 건이었습니다. 하루에 0.3건 정도입니다. 첫 두 달 방식이라면 이 스물여섯 건이 석 달 치의 2,800자짜리 메시지 사이에 묻혀 있었을 겁니다.

바꾼 뒤에 나온 문제도 있었습니다. 첫 층의 판단 기준이 틀린 날입니다. 어느 품목의 소비량을 실제보다 낮게 잡아둬서 “3일치 남음”으로 뜬 것이 실제로는 하루치였던 적이 있습니다. 브리핑이 판단을 대신하면 그 판단이 틀렸을 때 사람이 의심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문제인데, 이건 브리핑 구조로는 못 잡고 소비량 기준을 매달 한 번 실제 발주 기록과 맞춰보는 절차를 따로 두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브리핑 밖으로 뺀 것들

개편하면서 브리핑에서 완전히 빠진 항목도 있습니다. 거래처 메일 제목 목록이 그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아침에 어떤 메일이 왔는지 미리 알면 좋을 거라고 넣었는데, 두 달치를 돌아보니 메일 제목을 브리핑에서 읽고 한 행동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메일함을 열어서 읽었고, 브리핑의 제목 목록은 같은 걸 두 번 읽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지금은 “신규 메일 6건”이라는 숫자만 남기고 제목은 뺐습니다.

내일 일정도 뺐습니다. 오늘 아침에 내일 일정을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오후에 캘린더를 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추가한 것이 하나 있는데, 결제 예정 중 잔액이 부족한 계좌가 있으면 첫 층에 올라옵니다. 이건 원래 브리핑에 없었고, 예정 금액과 계좌 잔액을 비교하는 계산을 스크립트에 넣어야 해서 처음에는 귀찮아 미뤄뒀던 것입니다. 개편하면서 넣었고, 석 달 동안 두 번 첫 층에 떴습니다. 두 번 다 그날 자금을 옮겨서 끝났습니다.

뺀 것과 넣은 것을 놓고 보면 기준이 하나로 보입니다. 브리핑을 읽고 제가 행동한 적이 있는가입니다. 행동한 기록이 없는 항목은 아무리 유용해 보여도 뺐고, 행동이 필요한데 브리핑이 안 알려주던 것은 계산이 필요해도 넣었습니다.

브리핑에서 뺀 항목과 새로 넣은 항목을 좌우로 비교한 도해

브리핑에서 무엇을 지울지 정하는 기준

  • 매일 오는 보고서는 매일 바뀌는 것만 보여줍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내용이 있으면 사람 눈은 그 자리를 건너뛰도록 학습하고, 바뀐 날에도 건너뜁니다.
  • 순서는 자료의 출처가 아니라 받는 사람의 행동 우선순위로 정합니다. 스크립트가 읽는 순서는 스크립트 사정입니다.
  • 사실 대신 판단을 보냅니다. “잔여 3″이 아니라 “발주 필요”가 정보입니다. 판단을 만들려면 기준을 어딘가에 적어야 하고, 그 기준 문서가 브리핑보다 오래 남습니다.
  • 판단을 대신하는 장치에는 그 판단을 검증하는 별도 절차를 붙입니다. 틀린 판단이 매일 같은 자신감으로 도착하면 사람은 의심하지 못합니다.

이틀 만에 만든 첫 브리핑이 두 달 동안 안 읽힌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지울지 정하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모을 수 있는 것을 전부 모으면 보고서가 되는 게 아니라 자료 덤프가 됩니다. 오늘 아침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첫 줄에 적는 것,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나머지를 지우는 것이 이 자동화의 실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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