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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실제로 굴려본 업무도구·업무 자동화 기록

결정이 다섯 군데 흩어진 걸 알고 파일 하나로 모은 기록

읽는 시간 약 10분

한 프로젝트를 AI 세션 여러 개와 사람 둘이 같이 만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웹 관리 도구를 만드는 작업이었고, 저는 기획과 검수를, 같이 만지던 동료 한 명이 구현을, 그리고 AI 세션이 조사와 코드 초안을 맡았습니다. 어느 날 개발자가 “포트는 8002로 확정된 거죠?”라고 물었고, 저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에 AI 세션이 만든 설정 파일에는 8001이 적혀 있었고, 제 메모에는 8003을 검토하겠다는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셋 다 어느 시점에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8001로 시작했다가 다른 도구와 충돌해서 8002로 옮겼고, 그 뒤 8003을 검토했다가 접었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제 머릿속에만 있고, 각 참여자는 자기가 마지막으로 들은 값을 진실로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포트 하나가 이 정도면 나머지 결정들은 어떨지 겁이 났고, 그날 세어보니 프로젝트 관련 결정이 남아 있는 곳이 다섯 군데였습니다. 텔레그램 대화, 노션 페이지, AI 세션 기록, 제 개인 메모, 그리고 코드 주석입니다.

이 글은 그 다섯 군데를 파일 하나로 모은 과정과, 모으고 나서도 남은 한계를 적은 것입니다.

다섯 군데에 흩어진 이유

왜 이렇게 됐는지부터 따져봤습니다. 누가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결정이 나는 자리가 매번 달랐던 것입니다.

  • 개발자와는 텔레그램으로 얘기하니 결정이 대화방에 남습니다.
  • AI 세션에서 조사하다가 결정이 나면 그 세션 기록에 남습니다. 세션이 닫히면 다음 세션은 그 결정을 모릅니다.
  • 혼자 생각하다 정한 것은 개인 메모에 남습니다.
  • 회의 비슷한 것을 하면 노션에 적습니다.
  • 급하게 고친 것은 코드 주석에만 남습니다.

각 자리에서 결정을 적는 것 자체는 성실한 행동이었습니다. 다만 적는 곳이 다섯 군데면 읽는 사람도 다섯 군데를 다 봐야 하는데, 그럴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AI 세션은 매번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전 결정을 알 방법이 제가 다시 말해주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션마다 “포트는 8002이고, 인증은 이 방식이고, 폴더 구조는 이렇고”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고, 그 설명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세션마다 다른 버전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포트 번호가 세 값으로 갈린 경과를 단계로 정리한 도해

파일 하나로 모으기로 한 날

포트 사건 다음 날 오전에 파일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결정사항이라고 붙였고, 마크다운 한 장입니다. 이 파일에 넣기로 한 것은 두 종류였습니다. 지금 유효한 결정과, 그 결정의 이전 버전이 있으면 왜 바뀌었는지를 적은 한 줄입니다.

만드는 데 오전을 다 썼습니다. 다섯 군데를 뒤져서 결정으로 보이는 것을 전부 뽑으니 마흔 건 정도 나왔고, 그중 서로 충돌하는 것이 여섯 건이었습니다. 포트 말고도 인증 방식이 두 가지로 적혀 있었고, 데이터 저장 위치가 세 군데로 갈려 있었습니다. 충돌하는 여섯 건은 그날 오후에 개발자와 통화로 하나씩 확정했습니다. 이 통화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생산적인 30분이었을 겁니다.

뽑는 과정에서 한 가지 더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결정처럼 보이는데 결정이 아닌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로 끝난 제안, 검토만 하고 결론이 안 난 것, 그리고 한 사람이 혼자 정했는데 상대는 못 들은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마흔 건 밖에 스무 건쯤 더 있었고, 각자는 그중 일부를 결정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포트 8003이 그 예입니다. 저는 검토 중이라고 기억했고, 개발자는 들은 적이 없었고, AI 세션 하나는 그걸 확정값으로 적어둔 상태였습니다.

파일을 만들고 나서 규칙을 세 가지 정했습니다.

  • 결정은 이 파일에만 적습니다. 텔레그램에서 결정이 나면 대화방에서 끝내지 않고 이 파일에 옮겨 적은 뒤에 “결정사항에 넣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 AI 세션은 시작할 때 이 파일을 먼저 읽습니다. 첫 지시에 파일 경로를 넣고 읽으라고 합니다. 세션 안에서 결정이 새로 나면 이 파일에 추가하는 것까지 세션의 일로 넣습니다.
  • 파일에 없는 것은 결정이 아닙니다. 누가 “그때 그렇게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으면 파일을 봅니다. 없으면 아직 결정 안 된 것이고, 지금 결정해서 적습니다.

세 번째 규칙이 처음에는 좀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규칙이 없으면 파일이 기존 다섯 군데에 더해 여섯 번째 기록 장소가 될 뿐입니다. 파일이 진실이 되려면 파일 밖의 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합의가 있어야 했습니다.

석 달 운영하고 본 것

파일을 만들고 석 달이 지났습니다. 결정 항목은 40건에서 110건 정도로 늘었고, 파일은 인쇄하면 여섯 장쯤 됩니다.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AI 세션 시작할 때 프로젝트를 설명하던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파일 읽으라는 한 줄로 끝입니다. 개발자와의 “그거 확정된 거죠?” 질문은 파일 링크를 보내는 것으로 대답이 됩니다. 그리고 결정이 바뀔 때 이전 버전과 이유가 남으니, 석 달 전에 왜 이렇게 했는지를 제가 기억 못 해도 파일이 기억합니다. 실제로 지난달에 인증 방식을 다시 검토하다가, 파일에 적힌 “이 방식은 외부 접속 시 문제가 있어 접음”이라는 한 줄을 보고 같은 검토를 반복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항목파일 전파일 후
결정이 남는 곳다섯 군데한 파일
AI 세션 시작 설명매번 10분 안팎파일 경로 한 줄
충돌하는 결정 발견사고가 나서 발견적을 때 발견
바뀐 이유 기록없음한 줄씩 남음
결정사항 파일을 만들기 전과 후의 운영 방식을 좌우로 비교한 도해

남은 한계

그런데 한계도 세 가지 정도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걸 적지 않으면 파일 하나로 다 해결된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파일이 커지면서 읽는 비용이 생겼습니다. 110건짜리 파일을 AI 세션이 매번 읽으면 그만큼 토큰이 나가고, 사람이 읽기에도 여섯 장은 짧지 않습니다. 지금은 유효한 결정만 위에 두고 폐기된 결정과 이유는 아래 절로 내려서 위쪽만 읽어도 되게 했는데, 이것도 임시 조치입니다. 어느 시점에 프로젝트 영역별로 파일을 나눠야 할 것 같고, 나누면 다시 여러 군데가 됩니다.

둘째, 옮겨 적는 규율은 사람의 성실함에 의존합니다. 텔레그램에서 결정이 나고 파일에 옮기는 것을 잊은 적이 석 달 동안 세 번 있었습니다. 세 번 다 나중에 발견돼서 소급해 적었지만, 발견 전까지는 파일이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이 구멍을 막을 자동화는 아직 없습니다. 대화에서 결정을 자동으로 뽑아 파일에 넣는 것을 생각해봤는데, 무엇이 결정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사람 일이라 접었습니다.

셋째, 파일은 결정을 기록하지만 결정이 옳은지는 모릅니다. 틀린 결정도 파일에 있으면 진실로 취급됩니다. AI 세션이 파일을 읽고 그대로 따르니, 틀린 결정이 한 번 들어가면 세션 여러 개에 같은 오류가 퍼집니다. 실제로 저장 경로 하나를 잘못 적어뒀다가 세션 세 개가 같은 잘못된 경로에 파일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다섯 군데에 흩어져 있을 때는 오류도 흩어져 있었는데, 한 곳에 모으니 오류도 한 곳에서 일괄 배포되는 구조가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결정을 추가할 때 다음 날 한 번 다시 읽는 습관을 붙였습니다.

석 달 뒤 결정 항목 수와 옮겨 적기를 잊은 횟수를 숫자로 정리한 도해

파일 안에 무엇을 어떻게 적는가

파일의 형식도 몇 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결정을 날짜순으로 아래에 계속 붙였습니다. 일기처럼 쌓이니 적기는 편했는데, 어느 항목이 지금 유효한지 찾으려면 위에서부터 다 읽어야 했습니다. 3주쯤 지나 항목이 60건을 넘자 개발자가 “지금 유효한 것만 따로 볼 수 없냐”고 했고, 그때 구조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영역별로 소제목을 두고, 각 소제목 아래에 유효한 결정만 한 줄씩 적습니다. 결정이 바뀌면 이전 줄을 지우고 새 줄을 쓰되, 지운 내용과 이유는 파일 맨 아래 폐기 절로 옮깁니다. 한 줄의 형식은 결정 내용, 결정한 날짜, 결정한 사람이나 세션, 이 세 가지로 고정했습니다. 이유는 바뀔 때만 폐기 절에 적고, 유효한 결정에는 이유를 안 적습니다. 처음에는 이유도 같이 적었는데 줄이 길어져 읽기 힘들었고, 유효한 결정의 이유를 따져볼 일은 그 결정을 바꾸려 할 때뿐이라 그때 폐기 절에 남기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AI 세션이 읽기 쉽게 하는 조정도 있었습니다. 소제목을 세션이 검색할 수 있는 고정 단어로 두고, 첫 지시에서 “결정사항 파일의 인증 절만 읽으라”는 식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게 했습니다. 파일 전체를 매번 읽는 비용 문제를 이걸로 절반쯤 덜었습니다.

결정을 한 파일에 모을 때 지키는 네 가지

  • 결정은 한 곳에만 적고, 그 밖에 적힌 것은 결정으로 치지 않습니다. 이 규칙이 없으면 한 곳이 여섯 번째 곳이 됩니다.
  • 결정과 함께 이전 버전과 바뀐 이유를 한 줄 남깁니다. 석 달 뒤에 같은 검토를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것은 이 한 줄입니다.
  • 새 세션과 새 사람은 이 파일부터 읽게 합니다. 설명은 파일이 하고, 사람은 파일에 없는 것만 말합니다.
  • 한 곳에 모이면 오류도 한 곳에서 퍼집니다. 모으는 것과 별개로 검증하는 습관을 따로 둡니다.

포트 번호 하나가 셋으로 갈려 있던 날에는 소통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소통이 아니라 저장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충분히 말하고 있었고, 말한 것이 한 곳에 안 모였을 뿐입니다. 파일 하나가 그 문제를 절반은 해결했고,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사람이 매일 옮겨 적고 다시 읽는 일로 남아 있습니다.

책상 노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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