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자동화가 막힌 곳은 받아쓰기가 아니라 결정사항이었습니다
회의록 자동화를 시도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네 개 법인 관련 회의가 겹치는 주에는 회의가 끝나고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며칠 지나 기억으로 회의록을 쓰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기억으로 쓴 회의록은 반드시 어딘가가 비고, 비는 자리는 나중에 “그때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와 “그런 얘기 없었는데요”가 부딪히는 자리가 됩니다.
녹음을 글로 옮기는 것 자체는 지금 도구들이 잘합니다. 한 시간짜리 회의가 몇 분 만에 전문으로 나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전문에서 회의록으로 넘어가는 단계, 그러니까 “말한 것”에서 “결정된 것”을 골라내는 단계에서 자동화가 계속 틀렸습니다. 이 글은 어디서 어떻게 틀렸고, 지금은 어디까지만 자동화하고 있는지의 기록입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네 개 법인의 재무와 경영을 지원하는 실무자이고, 회의록도 그 지원 업무의 일부로 제 책상에 얹혀 있는 일입니다.

전사는 됐는데 회의록이 안 되는 이유
전문을 넣고 요약을 시키면 형태는 그럴듯한 회의록이 나옵니다. 안건, 논의 내용, 결정사항, 할 일. 그런데 실제 회의를 들었던 사람이 읽으면 어긋난 데가 보입니다. 몇 번을 돌려보며 확인한 어긋남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 검토와 결정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회의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라는 말이 나오면 요약에는 결정사항으로 올라갑니다. 실제로는 다음 회의에서 다시 보기로 한 안건이었습니다. 사람은 말투와 맥락으로 이게 결론인지 덕담인지 구분하지만, 전문만 보면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 참석자였던 저도 전문만 다시 읽으면 헷갈리는 대목이 있었으니, 도구 탓이라기보다 전문이라는 재료의 한계입니다.
- 뒤집힌 결론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회의 초반에 A안으로 기울었다가 후반에 B안으로 뒤집히는 건 흔한 흐름입니다. 요약에는 A안과 B안이 둘 다 결정사항처럼 남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종 상태만 남기고 중간 상태를 지우는 판단이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 담당과 기한이 흐릿하면 지어서 채웠습니다. “그건 제가 한번 볼게요” 같은 말은 담당자가 정해진 것 같지만 기한이 없습니다. 요약은 이 빈칸을 그럴듯한 기한으로 채우는 경향이 있었고, 이게 제일 위험했습니다. 없는 기한이 적힌 회의록은 없는 회의록보다 나쁩니다.
세 번째 문제를 처음 발견한 상황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동 정리된 초안을 검토하다가 어느 할 일에 “다음 주까지”라는 기한이 붙어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전문을 검색해보니 실제 발언은 기한 없이 “확인해보겠다”뿐이었습니다. 검토 없이 그대로 배포했다면 담당자는 자기가 약속한 적 없는 기한을 문서로 통보받았을 겁니다. 이 한 건 때문에 “자동 초안은 배포 전 반드시 전문과 대조한다”는 규칙이 생겼고, 그 대조에 드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자동화로 아낀 시간의 상당 부분이 도로 나갔습니다.

녹음과 보안이라는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기술 문제와 별개로 걸린 것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녹음 동의입니다. 내부 정례회의에서는 참석자에게 알리고 녹음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외부 업체가 들어오는 회의는 성격이 다릅니다.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해서 외부 도구에 올리는 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대상 자체를 내부 회의로 한정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문에 담기는 정보입니다. 회의 전문에는 거래처명, 금액, 사람 이름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이걸 외부 서비스에 통째로 올리는 게 맞는지 회의 종류별로 따져봤고, 재무 수치가 오가는 회의는 전문을 외부로 보내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자동화가 편해지는 것과 회사 정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맞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 보관 기간도 정했습니다. 처음에는 무기한으로 쌓을 생각이었는데, 회의 전문은 요약본과 달리 발언이 날것으로 남는 자료라 성격이 다릅니다. 분쟁 대비라는 목적에 맞는 기간만 두고 지우는 것으로 정리했고, 지우는 일 자체도 잊지 않도록 분기마다 하는 정리 작업 목록에 넣었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규칙보다 지우는 규칙을 정하는 데 더 오래 고민했습니다.
지금의 형태: 전사까지 자동, 확정은 회의 끝에 사람이
시행착오 끝에 남은 운영 형태는 자동화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소박합니다. 그런데 이 형태가 제일 오래 버티고 있습니다.
| 단계 | 담당 | 내용 |
|---|---|---|
| 녹음, 전사 | 도구 | 내부 회의만. 전문은 내부 저장소에 보관 |
| 초안 정리 | 도구 | 안건별로 논의 흐름을 묶은 초안까지만 |
| 결정사항 확정 | 사람 | 회의 마지막 5분에 참석자와 구두로 확정 |
| 배포 | 사람 | 확정된 결정사항과 담당, 기한만 공유 |
핵심은 세 번째 줄입니다. 회의를 끝내기 전에 “오늘 결정된 건 이 세 가지가 맞는지, 담당과 기한이 이게 맞는지”를 소리 내어 확인합니다. 이 5분이 자동 요약이 못 하던 일, 그러니까 검토와 결정의 구분, 뒤집힌 결론의 정리, 빈 기한의 확인을 전부 해결합니다. 참석자들이 그 자리에서 정정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몇 번은 이 확인이 어색해서 회의가 그냥 끝나기도 했는데, 초안에 기한이 지어져 들어간 사례를 공유하고 나서는 참석자들이 먼저 “오늘 결정된 거 정리하고 끝내죠”라고 말하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면 전사는 왜 계속 하느냐. 확정된 결정사항의 근거가 필요할 때 전문을 검색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그런 얘기 없었는데요”가 나오면 이제 기억이 아니라 전문을 엽니다. 회의록 분쟁이 사라진 건 요약의 품질보다 전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컸기 때문입니다.
배포 형식도 줄였습니다. 예전에는 논의 경과까지 담은 긴 회의록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결정사항과 담당, 기한만 몇 줄로 보냅니다. 긴 회의록은 만드는 사람도 힘들고 읽는 사람도 안 읽습니다. 경과가 궁금한 사람은 전문을 보면 되고, 실제로 전문을 찾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입니다. 회의록의 독자가 원하는 건 기록이 아니라 “내가 뭘 해야 하는가”라는 걸, 짧게 바꾸고 나서 읽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확인했습니다.

5분 확인이 안 통하는 회의도 있습니다
이 방식이 모든 회의에 맞지는 않습니다. 갈림길은 그 회의가 끝날 때 참석자 전원이 남아 있는 회의인지입니다. 저희가 하는 회의 끝 5분 확인은 참석자가 그 자리에서 담당과 기한을 정정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회의가 끝나자마자 다음 일정으로 흩어지는 회의라면 이 5분을 만들 자리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회의 진행 방식부터 바꾸는 게 먼저이지, 전사 도구를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문에 담기는 정보의 성격도 회의마다 다릅니다. 저희는 재무 수치가 오가는 회의를 따로 분류해서 그 회의의 전문은 외부 서비스로 보내지 않는 규칙을 세웠는데, 다른 부서로 옮긴다면 그 부서 회의에서 오가는 정보 중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따져야 합니다. 회의 종류가 다르면 밖으로 나가면 곤란한 정보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저희 기준을 그대로 옮겨 쓰면 오히려 놓치는 지점이 생깁니다.
도구가 이긴 구간과 사람이 남은 구간
- 자동화로 시간이 준 구간은 받아쓰기였고, 여기는 확실히 도구가 이깁니다. 한 시간 회의를 사람이 받아 적는 일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 결정의 확정은 문서 작업이 아니라 회의 진행의 문제였습니다. 회의 끝 5분 확인은 도구 도입 전에도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자동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나서야 이게 빠져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 외부로 나가는 문서에 자동 생성 문장을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특히 담당과 기한처럼 사람에게 책임이 걸리는 항목은 지어진 값이 섞이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누가 비결을 물으면 “회의록을 자동으로 만든 게 아니라, 회의 끝에 확인하는 5분을 새로 넣은 것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전사 도구 이름부터 물어보는데, 도구 이름을 말해줘도 5분 확인 절차 없이 도구만 가져가면 저희가 겪은 것과 같은 어긋남을 그대로 겪게 됩니다. 그래서 설명 순서를 바꿔서 5분 확인 절차를 먼저 말하고 도구는 그다음에 덧붙이는 쪽으로 굳어졌습니다.
회의가 짧아졌습니다
회의 끝 5분 확인을 넣은 뒤로 회의 자체의 길이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끝에 결정사항을 소리 내어 정리해야 한다는 걸 참석자들이 알게 되니, 논의가 늘어질 때 누군가 “그래서 오늘 뭘 정하는 거죠”라고 먼저 끊는 일이 늘었습니다. 확인 절차를 넣은 목적은 회의록 정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회의 운영 자체에도 영향을 준 셈입니다.
그 5분이 늘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회의 끝 5분을 매번 챙기려면 회의 진행자가 시간을 신경 써야 하는데, 안건이 많아 시간이 빠듯한 날은 이 5분이 가장 먼저 밀립니다. 밀린 날은 결국 예전처럼 기억에 의존해 회의록을 정리하게 되고, 그런 날의 초안에서 어긋남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이 방식은 완성된 해결책이라기보다, 회의 시간 관리가 같이 따라와야 유지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도구 없이 손으로만 이 일을 계속했다면 어땠을지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한 시간 회의를 사람이 받아 적으면서 동시에 결정사항까지 정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받아쓰기를 도구에 맡기고 그 시간에 사람은 확인에 집중하는 지금의 분업이, 손으로만 하던 예전 방식보다 나은 지점은 분명합니다.
회의록 자동화를 검토한다면, 요약 품질을 비교하는 것보다 자기 회의에서 결정이 어떻게 확정되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좋습니다. 저희 경우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결정이 명시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나는 습관이었습니다. 도구는 그 습관까지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구를 붙이려다 실패한 덕분에 그 습관이 보였으니, 이번 시도에서 건진 건 자동화가 아니라 회의를 끝내는 방법이었던 셈입니다.
이어서 읽을 기록